여자의 후손과 용의 대적
요한계시록 12장은 하늘에 나타난 두 개의 큰 표적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구속사적 역사와 사탄의 방해, 그리고 그 속에서 승리하는 교회에 대한 환상을 담고 있습니다. 해를 입은 여인, 붉은 용, 남자아이, 광야로 피한 여인 등 상징적 이미지들은 하나님의 구원의 드라마 속에서 그 의미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이 본문을 묵상함으로써 우리는 고난 속에서도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승리를 되새기게 됩니다. 본문은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현실 속 성도의 삶에 깊이 연결된 하나님의 메시지입니다.
하늘에 나타난 큰 이적: 해를 입은 여인과 붉은 용
12장 1절에서 하늘에 “큰 이적”(σημεῖον μέγα, semeion mega)이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이는 상징적 표적이며, 문자적 현상이 아닌 영적인 실체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이 여인은 해를 입고 있고, 발 아래에는 달이 있으며, 머리에는 열두 별의 관을 썼습니다. 이는 구약에서 이스라엘을 묘사하는 상징(창 37:9–11)을 계승한 것으로, 하나님 백성의 총체, 즉 구약 이스라엘과 신약 교회를 아우르는 구속 공동체를 뜻합니다.
이 여인이 해산하려 하고, 고통을 겪는다는 표현은 메시야의 출현과 그로 인한 사탄의 반발을 예고합니다. 이어지는 붉은 용은 “큰 붉은 용”(δράκων μέγας, drakon megas)으로, 꼬리로 별 삼분의 일을 끌어내렸다는 묘사는 사탄의 타락과 타락한 천사들을 암시합니다. 용이 여인이 해산하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대한 사탄의 지속적인 방해를 보여줍니다.
여인이 낳은 아이는 철장(ῥάβδος σιδηρᾶ, rabdos sidēra)으로 만국을 다스릴 이로, 시편 2편의 메시아 예언을 근거로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킵니다. 사탄은 그 아이를 삼키려 했지만, 하나님은 그 아이를 보호하셔서 자기 보좌 앞으로 올리셨고, 이는 예수님의 승천을 상징합니다.
하늘 전쟁과 사탄의 패배
7절부터 9절은 하늘에서 벌어진 전쟁을 묘사합니다. 미가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우며, 결국 용은 패하여 땅으로 쫓겨납니다. 이는 사탄의 권세가 십자가 사건을 통해 결정적으로 패배했음을 상징합니다. “마귀”(διάβολος, diabolos)는 고소자라는 뜻이며, “사탄”(שָׂטָן, satan)은 대적자라는 뜻입니다. 하늘에서 쫓겨난 사탄은 더 이상 성도들을 하나님 앞에서 고소할 수 없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 승리는 오직 “어린 양의 피와 자기 증언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다고 11절은 말합니다. 성도들이 자기 생명을 아끼지 아니함으로, 곧 순교적 신앙으로 승리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깊은 도전을 줍니다. 오늘날도 마귀는 우는 사자처럼 성도를 삼키려 하지만(벧전 5:8), 우리는 예수의 피를 의지하며, 말씀을 붙잡아야 합니다.
광야로 피한 여인과 남은 자의 싸움
13절 이후는 땅으로 쫓겨난 사탄이 여인을 핍박하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여인에게 큰 독수리의 두 날개를 주어 광야로 피신하게 하셨습니다. 이는 출애굽기의 언어를 떠올리게 하며,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보호를 의미합니다. 광야는 고통의 장소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보호와 양육의 공간입니다.
여기서 강조되는 “때와 두 때와 반 때”(한 시기와 두 시기와 반 시기)는 다니엘서에서 유래된 종말론적 시간 개념으로, 하나님의 주권 아래 제한된 고난의 기간을 의미합니다. 여인은 홍수 같은 핍박을 받지만, 땅이 입을 벌려 여인을 도와줍니다. 이는 하나님의 피조세계도 하나님의 백성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놀라운 메시지를 줍니다.
용은 여인을 해치지 못하고, 여인의 남은 자손들과 전쟁을 벌입니다. 이들은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며, 예수의 증거를 가진 자들입니다. 결국 이 전쟁은 마지막 때의 영적 전쟁을 상징하며, 오늘을 사는 성도들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마무리
요한계시록 12장은 구속사 전체의 요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탄의 방해는 끊임없지만, 하나님의 보호는 더욱 강력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는 이미 승리를 보장받았습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는 고난 속에서도 주의 보호하심을 확신하고, 믿음의 싸움을 끝까지 완주하도록 힘을 얻습니다. 성도의 삶은 전투이지만 동시에 승리의 행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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