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단어, ארץ (에레츠, erets) – earth, land – 땅

성경의 샤마임과 대비 또는 비교 되는 대상으로 에레츠가 존재합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피조 세계, 지구, 기업, 토지 등을 상징합니다. 에레츠는 시편 24편에서 온 세계를, 레위기 25장에서는 이스라엘이 책임 있게 살아야 할 구체적인 토지를 가리킵니다. 시편 24:1 레위기 25:23–24

밟고 사는 땅, 하나님께 속한 선물

우리는 땅을 너무 쉽게 배경으로 여깁니다. 매일 걷는 길, 집이 서 있는 터, 씨앗이 자라고 노동의 열매가 맺히는 밭은 늘 그 자리에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땅은 결코 무대 장치가 아닙니다. 땅은 하나님께서 지으시고 맡기신 선물이며, 인간의 순종과 불의, 예배와 탐욕, 심판과 회복이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히브리어 אֶרֶץ는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현실을 하나님 앞에서 새롭게 보게 합니다.

אֶרֶץ, 에레츠: 세계이면서 삶의 자리인 땅

אֶרֶץ(에레츠, erets)는 여성 단수 명사입니다. 기본적으로 ‘땅’, ‘토지’, ‘나라’, ‘지역’, ‘세계’를 뜻합니다. 복수형은 אֲרָצוֹת이며, 소유 접미사가 붙으면 אַרְצְךָ처럼 ‘네 땅’이라는 뜻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 단어는 지구 전체를 가리킬 수도 있고, 특정 민족이 사는 나라나 도시 주변의 지역, 사람이 경작하며 살아가는 땅을 가리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에레츠를 언제나 현대적 의미의 ‘지구’로 번역해서는 안 됩니다. 창세기 1장 1절의 “하늘과 땅”에서 에레츠는 하늘과 짝을 이루어 온 피조 세계를 가리킵니다. 반면 아브라함에게 약속된 “땅”에서는 실제 역사와 지리를 가진 가나안 땅을 뜻합니다. 또 어떤 본문에서는 바다와 구별되는 마른 땅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문맥이 에레츠의 범위를 결정합니다.

가까운 단어인 אֲדָמָה(아다마)는 흙, 경작지, 사람의 발아래 있는 토양에 더 가까운 뜻을 지닙니다. 창세기에서 아담이 아다마에서 지음 받고, 죄 이후 땅이 저주를 받는 장면은 인간의 삶과 흙의 관계를 깊이 보여 줍니다. 반면 에레츠는 토양을 포함하되, 더 넓게는 사람이 살아가는 땅과 나라와 세계 전체를 품는 단어입니다. 두 단어를 구별해 읽으면 성경이 말하는 창조와 삶의 자리가 더 선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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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된 땅, 하나님께 속한 세계

창세기 1장 1절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하늘과 땅은 모든 피조 세계를 아우르는 표현입니다. 땅은 스스로 존재하는 신도 아니고, 인간이 마음대로 소유할 수 있는 자원도 아닙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이며, 하나님의 선하심을 드러내는 피조물입니다.

창세기 1장 10절에서 하나님은 물이 모인 곳을 바다라 부르시고, 마른 땅을 땅이라 부르십니다. 이어 땅은 식물을 내고, 생명을 품으며, 인간이 살아갈 공간이 됩니다. 하나님은 땅을 혼돈과 공허 속에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생명이 깃들고 열매가 자라며 사람이 책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자리로 질서 지으십니다.

시편 24편 1절은 이 창조 신앙을 한 문장으로 압축합니다. “땅과 거기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중에 거하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 시인은 에레츠와 함께 תֵּבֵל(테벨, 사람이 사는 세계)을 병행하여 노래합니다. 땅 자체만 아니라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과 민족도 하나님께 속해 있다는 뜻입니다.

이 고백은 인간의 소유 의식을 근본부터 흔듭니다. 우리는 땅을 사고팔고 개발하고 이용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땅의 주인은 아닙니다. 우리의 집과 재산, 일터와 고향도 하나님이 잠시 맡기신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창조주를 믿는 사람은 땅을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감사와 절제와 돌봄의 책임을 가지고 대해야 합니다.

약속의 땅, 은혜와 순종이 만나는 자리

창세기 12장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명하십니다(창 12:1). 이어 하나님은 그 땅을 아브라함의 자손에게 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창 12:7). 에레츠는 이스라엘의 언약 역사에서 매우 구체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막연한 이상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에게 약속하시고 출애굽 이후 들어가게 하신 실제 땅입니다.

그러나 약속의 땅은 단순한 영토 확장이나 민족적 자부심의 근거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복 주시되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창 12:3). 땅의 약속은 자기 백성만 번영하게 하려는 닫힌 특권이 아니라, 열방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 안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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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스라엘은 땅을 받은 뒤에도 하나님께 순종해야 했습니다. 우상숭배와 불의, 가난한 이웃을 향한 압제가 계속된다면 땅을 당연한 권리처럼 누릴 수 없었습니다. 성경에서 땅은 선물이지만, 하나님을 떠난 백성에게 자동으로 보장되는 사유 재산은 아닙니다. 언약의 땅은 하나님이 왕이시며 백성이 그의 백성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눈에 보이게 가르치는 장소였습니다.

“그 땅은 내 것이라”, 희년의 고백

레위기 25장 23절에서 하나님은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어 이스라엘 백성을 향하여 “너희는 거류민이요 동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고 선언하십니다. 땅을 약속받은 백성조차 하나님의 땅에 잠시 머무는 사람들입니다.

이 말씀은 희년 제도의 핵심입니다. 가난 때문에 토지를 잃은 사람이 영원히 생계의 기반을 빼앗기지 않도록, 땅은 일정한 때에 되돌려져야 했습니다. 이것은 모든 경제 제도를 오늘날 그대로 옮기라는 단순한 명령이기보다, 토지가 소수의 탐욕에 영구히 독점되어 이웃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하나님의 원리를 보여 줍니다. 땅의 주인이 하나님이시기에, 인간의 소유권도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에레츠는 예배와 정의를 분리하지 못하게 합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면서도 노동자의 품삯을 떼어먹고, 가난한 이웃이 살아갈 자리를 빼앗는다면, 그 신앙은 땅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고백과 충돌합니다. 하나님께 속한 땅에서 살아가는 백성은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땅도 쉬게 하며, 약한 이가 다시 설 기회를 얻도록 해야 합니다.

새 땅을 향한 소망

성경의 땅 이야기는 에덴에서 시작하여 아브라함의 약속, 출애굽과 가나안, 포로와 귀환을 지나 새 창조의 소망으로 나아갑니다. 이사야는 하나님께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실 것을 약속합니다(사 65:17). 이 약속은 단순히 풍요로운 환경을 말하지 않습니다. 울음과 부르짖음이 사라지고, 수고의 열매를 다른 이에게 빼앗기지 않으며, 하나님의 거룩한 산에서 해함과 상함이 그치는 회복의 세계를 말합니다.

그리스도와 신약의 연결도 이 흐름 안에서 읽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추상적인 영혼만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분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죄로 무너진 인간과 세상을 회복하러 오신 메시아이십니다. 예수님은 온유한 자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 5:5). 이는 힘으로 땅을 차지하는 사람의 승리를 약속하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에게 하나님 나라의 상속을 약속하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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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계시록 21장은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며, 거룩한 성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모습을 증언합니다. 성경의 마지막 소망은 피조 세계를 버리고 하늘로 달아나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과 함께 거하시며, 죄와 죽음이 훼손한 세계를 새롭게 하시는 데 있습니다. 에레츠는 마침내 하나님의 영광과 평화가 충만한 새 땅의 약속으로 열립니다.

결론

에레츠는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이 하나님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오늘의 식탁, 일터, 집과 동네, 농부의 수고와 노동자의 땀,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이웃의 삶은 모두 하나님 앞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땅은 우리의 탐욕을 만족시키기 위한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선물이며 이웃과 함께 살아갈 책임의 자리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 영원히 머무를 수 없는 나그네입니다. 그러나 그 사실은 삶을 가볍게 여기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맡기신 시간을 더 정직하고 감사하게 살도록 이끕니다. 내가 가진 것을 절대화하지 않고, 내 곁의 이웃이 다시 설 자리를 살피며, 하나님이 새롭게 하실 땅을 소망하며 오늘의 땅을 사랑하게 합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에레츠를 바라볼 때마다 기억해야 합니다. 땅은 하나님의 것이며, 우리는 그분의 은혜로 그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 고백 안에서 탐욕보다 감사로, 독점보다 나눔으로, 절망보다 새 땅의 소망으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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